늘 그렇듯이, 신간코너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아서, (이제는 요령이 된) 줄거리를 훑거나, 혹은 그러한 정보가 없으면 옮긴이의 말을 참고했다. 자폐아에 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평가가 있었다.
"장애를 다룬 소설은 숱하게 많다. 그 중에서도 자페증은 '기이한 천재성'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소설 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심지어 전기에가지 두루 나온 친숙한 소재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폐인들은 가정과 직업을 갖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진짜 사람'이기보다는 (대부분이 비장애인인)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그리고 때로는 인위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자폐증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는 어째서인지 점점 멀어지고만 있는 것 같다. 자폐인의 '천재적이고 마법적인 능력'을 부각하든, '주인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전면적이고 헌신적인 희생'을 부각하든, 이야기는 결국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가르는 선을 덧칠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어둠의 속도', 554p.,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은 자폐아지만, 상당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35세 루 애런데일이다. 줄거리의 상당 부분은 루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루가 설명할 수 없는 나머지 부분은 3인칭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진행된다. 루는 제약회사에서 수학적 패턴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루가 속한 부서는 모두 자폐아로 이루어져 있다. 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펜싱을 하며, 실력이 매우 좋아 나중에는 토너먼트에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루는 회사에서 제공한(처음에는 강요된) 자폐아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고 '정상인'이 된다.
나는 이 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폐아를 '비정상이 아닌' 사람들로 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폐아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데는 조금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자폐아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양호한 상태의 사람들이지만, 얼마나 그 증세가 심한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게 되고, 루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어쩔수 없이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비정상'은 어떤 것이지? '정상인'이라고 정의하게 되는 기준은 무엇이지?
등장인물 중에는, '비정상'인 루에게 질투를 느끼고 싫어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 '정상인'들은 모두 그를 쓰레기 취급하지만, 루는 그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정상'이 아니었던가?
인간들은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 '너'와 '나', '그들'과 '우리', '아군'과 '적'으로 구분지으려 한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구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등장인물마다 캐릭터가 뚜렷해서 소재가 주는 무거움에 비해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고, 여운을 주는 책이다.
간만에 괜찮은 책을 찾았다.
이런 맛에 도서관에 들락거리면서 책을 뒤적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笑).




덧글
2009/11/03 04:2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리엘 2009/11/03 08:54 #
글쎄 요새는 딱히 갖고싶은것도... 있긴 있는데 여기서 구할수 있는거라서 ㅋㅋ 너네 집에 놀러나갔음 좋겠다 ㅠ